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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말
    소설들/라노벨은 아닌데 일단 쓴 걸 정리하는 곳! 2020. 3. 29. 15:19

    3달 전 일어난 희대의 사건.

     

    한 남자가 자신과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5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토막 낸 사건.

     

    이후 사건조사를 통해서 연쇄살인마가 동생을 위해서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피해자의 시신의 위치도 동생이 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그 동생에게 시선이 쏠렸다.

     

    cctv와 목격자, 그리고 기타 등등…….

     

    어떻게 했는지 모든 증거가 없어진 상태라 경찰이 아무리 수색해도 찾을 수 없는 시신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경찰은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 재빠르게 움직였고 시신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 돈을 걸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거액의 돈에도, 원하는 연예인과 만나게 해주겠다는 말에도, 가능한 어떠한 부탁도 들어주겠다는 말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채 느긋하게 일하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흐아아암…….”

     

    동생이 하는 일은 인형을 만드는 일.

     

    그 동안 시체를 인형으로 만들어 파는 것은 아닌가 싶어 인형을 전수조사를 했지만 그러지는 않았고 경찰은 더 이상 법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안달을 내면서 동생에게 사람을 보냈다.

     

    동생이 20대 남성이라는 걸 이용해 미혼에 미녀에 속하는 협상가를 보낸 경찰.

     

    동생은 베란다에서 일광욕을 즐기다가 경찰이 보낸 협상가가 오자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질리지도 않나 보네요.”

     

    아하하…….”

     

    이걸로 3번째 만남.

     

    협상가는 동생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에는 공포를 느꼈었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의 팔과 몸통, 다리 같은 인형의 파츠가 전시대에 걸린 채로 빛을 음침한 분위기를 만드는 1층과 깨끗하지만 발을 딛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물건이 쌓인 2.

     

    그 방을 넘어서 베란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서로 약속이나 한 것마냥 한 테이블에 사이좋게 앉았고 동생은 지팡이를 내려놓으면서 하품을 했고 협상가의 얼굴을 힐끗 보더니 농담을 건넸다.

     

    매번 내려가는 건 꽤나 고역이네요. 보조 열쇠를 드릴까요? 멋대로 집에 쳐들어와서 집을 뒤져도 괜찮을 텐데.”

     

    아뇨, 집 수색은 허락해주신 덕분에 샅샅이 했으니까요.”

     

    후후, 아쉽네요. 집에 늘 놀러오는 친구가 생기나 했는데.”

     

    아하하…….”

     

    그래서 이번에도 시체의 위치를 말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왔나요?”

     

    .”

     

    첫날과 다르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동생.

     

    협상가는 동생의 행동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시체의 위치를 알려줬으면 한다는 눈빛을 보냈고 동생은 그런 협상가의 얼굴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명령을 하면 괜찮을 텐데요.”

     

    법적으로 할 수가 없으니까요.”

     

    헌법의 기본은 국민의…… 그러니까 행복추구권? 그걸 기본 전제로 한다면서요? 그렇다면 그걸 이용해서 저 한 명의 인권 따윈 무시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마냥 여론이 나쁘지만은 않아서요.”

     

    아하하! 여론이 나빴다면 당연히 했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네요.”

     

    협상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동생.

     

    전에 왔었던 협상가들이라면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라거나 공격적인 말은 꺼내지 않았겠지만 눈앞에 있는 동생은 거짓말을 비정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다리를 못 쓰게 되고 한 쪽 얼굴이 화상자국으로 뒤덮일 정도로 괴롭힘을 받으면서 얻은 능력인지 아니면 원래 타고난 능력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런 능력을 가지고 거짓말을 싫어하는 상대에겐 차라리 공격적으로 말하는 게 낫다.

     

    그렇기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공격적으로 말하는 협상가.

     

    동생은 그런 협상가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면서 아끼던 과자를 가져와서 내왔고 협상가는 과자를 먹으면서 동생의 얼굴을 바라봤다.

     

    화상을 가리기 위해서인지 밖에 나가기 싫어서인지 기묘하고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카락과 수염.

     

    창백한 피부와 흉터가 가득한 목과 팔.

     

    심리학이 원래 전공이었던 협상가는 그것이 방어흔과 자살시도의 흔적이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동생을 바라봤고 동생은 지팡이를 휙휙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 그게 정답이죠. 정답이에요. 정답이 눈앞에 있는데 정답을 고르지 않는 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왜 여론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걸까요?”

     

    그야 그 사람들이 당신의 몸을 이렇게 만든 당사자와 협력자니까요.”

     

    그런가요? 어찌되었건 형은 50명이나 죽인 연쇄살인마인데 말이죠.”

     

    어찌되었건 당신은 아니라는 거죠. 거기에다가 지금은 사연이 밝혀지면서 형량을 줄여야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그런가요? 사람들이란 참 불편하네요. 자기가 겪은 일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킥킥 웃으면서 입술을 쭉 찢는 동생은 입가에서 피가 흐르자 손가락으로 피를 찍다가 손수건으로 입가를 막았고 협상가는 그런 동생의 모습에 놀라 다급하게 약상자를 찾았다.

     

    아아, 걱정하지 마세요. 심각한 병은 아니에요. 뺨 쪽 피부가 너무 약해서 찢어진 거예요. 이래서 심하게 웃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혀를 차면서 입을 천천히 벌리는 동생.

     

    오른쪽 뺨이 기묘할 정도로 얇은 동생의 피부는 붉어지다 못 해 살짝 찢어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동생은 그런 자신의 뺨이 익숙한지 옆에 있던 화분에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웃다가 짜증을 내다가 다시 웃어버리는 동생의 모습.

     

    정신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살인귀의 말을 떠올린 협상가는 동생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정신이 불안정한 것도 영 이해를 못 할 일은 아니라고 느끼곤 휴지를 건네주었고 동생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당신은 뭘 해줄 건가요? 3일 동안 제게 원하는 것도 말하지 않고 시체의 위치를 알려달라고도 말하지 않는군요.”

     

    여태까지 실패한 사람들의 기록을 봤거든요. 당신이 뭘 원할지 먼저 들어볼 생각이에요.”

     

    헤에…… 점점 게임이 불리해지네요. 저는 새로 올 사람에 대한 지식을 못 얻는데 당신은 저를 이미 알고 있고.”

     

    그럼 포기하시고 알려주시는 건?”

     

    그건 게이머로서의 제가 납득을 못 하겠네요. 랭커에는 들지 못 했었지만 RPG게임에선 꽤 유명하답니다. 노가다꾼으로.”

     

    그런가요?”

     

    , 인형사로서의 일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게임 아이템을 팔아서 현금으로 바꿨답니다. 그렇게 해서 용돈을 벌었죠. 그래서 게임을 포기하는 건 제 이름에 납득하지 못 하겠네요.”

     

    유명한 게이머셨나봐요?”

     

    말씀드렸잖아요? 노가다꾼으로 유명했다고. 생각처럼 실력으로 유명한 건 아니었어요.”

     

    협상가의 목소리에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는지 손가락 한 개가 없는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웃는 동생.

     

    협상가는 그런 동생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이야기가 끊어지려고 하자 우선은 위에서 말한 대로 행동하기로 하며 새로운 주제를 꺼내 동생의 관심을 끌었다.

     

    그럼 거짓말을 하도록 할까요?”

     

    ?”

     

    원래라면 지금 이 시기에 시체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말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당신이 화를 내겠죠.”

     

    왜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하세요?”

     

    당신은 거짓말을 싫어하는 거 같아서요. 그걸 진짜 원하던 게 맞나? 이런 식으로 물어볼 거 같더군요. 그렇다면 애초에 거짓말을 하겠다고 말하고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

     

    아하하하! 재밌는 말이네요. 하지만 싫진 않고요. 쿡쿡!”

     

    협상가의 말에 벙 쪄있던 얼굴을 하다가 크게 웃으면서 발을 데굴데굴 구르며 재미있어 하던 동생은 입가가 찢어지고 나서야 웃음을 멈췄고 이내 숨을 몰아쉬더니 협상가에게 거짓말을 해보라는 듯 턱짓했고 협상가는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시신의 위치를 알려주세요.”

     

    푸핫! 그게 거짓말?”

     

    적어도 지금의 제게 있어선 거짓말이죠.”

     

    그럼 본심은 뭐예요? 말해 봐요.”

     

    당신을 알려주세요. 시체나 그런 건 나중 일이니까요.”

     

    헤에? 그럼 결과는 어차피 마찬가지 아닌가요?”

     

    적어도 지금 당장은 원하지 않으니 거짓말인 셈이죠.”

     

    이건 진심.

     

    남들이 듣는다면 자신을 가지고 논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만한 말이지만 동생은 협상가의 호흡이나 동공, 맥박을 보고선 거짓말이라거나 없는 말을 하는 건 아니라고 판단하고 눈을 가늘게 떴고 협상가는 게임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유리한 쪽은 자신일지 몰라도 칼을 쥐고 있는 건 저쪽.

     

    저쪽의 말 한 마디에 시신의 위치가 갑자기 흔들릴 수도 있어 협상가는 침을 삼키며 동생이 어떤 말을 할지 기다렸고 동생은 입을 열었다.

     

    그럼 게임 규칙을 정해볼까요?”

     

    좋아요. 어떤 규칙이죠?”

     

    우선 게임이름부터……. 그러네요. 보물찾기 정도로 해봐요.”

     

    악취미네요.”

     

    후후, 봐주세요. 이렇게 보여도 착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니까.”

     

    시신을 보물에 빗대며 웃는 동생.

     

    협상가는 그런 동생의 말에 악취미라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동생은 게임 이름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 않냐며 종이를 내밀었고 그 종이에는 이런 게임을 할 거라고 생각했었는지 몇 가지의 규칙이 인쇄된 종이가 있었다.

     

    1. 선문답을 통해서 나를 만족시키면 상대방은 게임에서 승리한다.

     

    2. 선문답 중에 거짓말을 하다 들키면 상대방의 질문에 하나 대답한다.

     

    3. , 직접적으로 시체의 위치를 물어봐선 안 된다.

     

    4. 선문답을 제외한 물리적 접촉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

     

    꽤나…… 제멋대로인 게임이네요.”

     

    ,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제가 만족하면 스스로 말하고 시체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말할 테니까요.”

     

    그런가요? 2번 규칙에 대한 것도 지키나요?”

     

    . 저는 쾌락주의자니까요. 쾌락을 얻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규칙들을 지키고 있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런 꼴을 당할 때까지 선생과 경찰에게 신고만 할 뿐 반격을 하지 않은 거죠.”

     

    협상가의 말에 팔을 뻗어 주먹을 협상가의 얼굴 앞에다 가져다두는 동생.

     

    그런 동생의 주먹 사이에는 조각할 때 사용하는 칼날이 몇 개 끼여 있었고 예상보다 빠른 주먹질에 협상가는 얼어붙은 채로 동생을 바라봤다.

     

    비이성적인 눈빛.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는 다르지만, 그런 정신적 이상 없이도 여러 명의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는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눈빛.

     

    하지만 범죄기록이 없다는 건 이미 확인했기에 동생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침을 삼켰고 동생은 그런 협상가의 반응이 만족스러운지 손을 펼치면서 칼날을 테이블 위에 뿌렸고 입을 열었다.

     

    그럼 게임을 시작할까요?”

     

    ……그럼 제가 질문하죠.”

     

    , 마음껏.”

     

    당신은 자기자신을 쾌락주의자라고 생각했는데 정확하게 당신이 생각하는 쾌락이란 뭐죠?”

     

    법과 최소한의 도덕성을 지킨 상황에서 자신이 즐거워지는 행위죠.”

     

    우선은 상대방을 알아내는 게 먼저다.

     

    그렇게 생각한 협상가는 동생에게 쾌락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동생은 그런 협상가의 질문에 즉답하며 협상가의 생각에 어울려주었다.

     

    지금은 도덕성을 지키고 있나요?”

     

    뭐가 안 되죠? 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고 인권을 무시할 만큼의 상황도 되지 않았어요. 누군가를 욕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공격하는 상황도 아니에요. 그저 내가 알고 있는 걸 말하기 싫을 뿐이죠.”

     

    그렇게 말한다면 할 수 있는 말은 없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유가족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라면?”

     

    그 유가족이라는 녀석들이 내 몸을 이 따위로 망쳐놓는데 일조했다면요? 복수도 쾌락의 일종이랍니다. 침묵을 통해서 얻어대는 쾌락. 애초에 합의도 마찬가지죠.”

     

    합의요?”

     

    강제로 합의하게 됐거든요. 처음 죽은 6. 6명의 부모가 제 형을 두들겨 팼거든요. 경찰기록에 남아있죠? 저에 대한 걸 대부분은 조사했을 테니 기억하실 거고요.”

     

    …….”

     

    확실히 그랬었지.

     

    그런 부분을 생각해본다면 딱히 동생의 생각이 나쁘다고는 말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협상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생의 말에 동의했고 이어서 질문하기 시작했고 동생은 그런 협상가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돈이나 지위를 요구하는 건 어떻죠? 방송을 한다고 해도 당신은 꽤 성공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아뇨. 저는 못 해요. 사람의 얼굴을 보는 건.”

     

    어째서죠?”

     

    쾌락을 얻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그거야…… 아까 말씀하신 것을 지키고 즐거운 것을 찾아가야겠죠. 어떤 것이든 그냥 굴러 떨어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럼 다시 한 번 질문. 다른 사람들이 꿈에서도 바랄 정답을 알고 있는데 단순히 쾌락 하나만을 이유만으로 답하지 않는 저에게 있어서 사람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없을까요?”

     

    알고 계셨군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건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모를 수가 없죠.”

     

    입가를 매만지다가 스테이플러를 다시 박아야겠다고 한숨을 내쉬는 동생.

     

    이내 차가운 눈으로 협상가를 바라보던 동생은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이 방송이나 사람들과 만나는 일로서는 성공할 수 없는 이유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것은 거짓말이 되어버리니까요.”

     

    ……거짓말하기 싫으신 건가요?”

     

    최소한의 도덕성을 지킨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믿든 안 믿든 신경은 안 쓰지만 거짓말 자체를 싫어하거든요. 일종의 규칙이에요.”

     

    그렇군요.”

     

    타인은 거짓말투성이죠. 눈동자에서부터 시작해서 숨결 하나까지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요?”

     

    글쎄요? 쿡쿡!”

     

    협상가는 동생의 말에 이해를 하면서도 동시에 이해하지 못 했다.

     

    거짓말이 싫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다툼이 사소한 거짓말로 시작한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유별 떨 일도 아니다.

     

    하지만 타인이 거짓말이라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자신은 거짓말쟁이라고 말하지 않고 또 자기 말고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건데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 걸까?

     

    혹시 타인을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그런 생각에 협상가는 동생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동생은 그런 협상가의 시선에 눈가를 휘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게 궁금한가요?”

     

    솔직하게 말하자면요.”

     

    킥킥! 좋아요. 대답해줄게요. 대신 당신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제가 질문하게 했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세요.”

     

    ……좋아요.”

     

    동생의 말에 입을 다물다 어차피 하루, 이틀 내로 해결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협상가는 오늘은 자신의 패배라며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동생이 왜 사람들이 거짓말투성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물어보았다.

     

    왜냐하면 다들 다른 사람을 보는 사람이거든요.”

     

    ……?”

     

    지금 당신도 당신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땐 유가족을 위로해주기 위해서 말하겠죠. 그리고 지금 저에게 말할 때에는 돈이라느니 명예라느니 저를 배려하는 말을 할 거고.”

     

    그런 식이면 아예 초면인 사람만이 거짓말을 안 할 건데요? 아니, 아니구나. 사람을 신경을 안 쓰는 사람만이 당신을 만족시킬 텐데요?”

     

    , 그래서 저는 사람을 싫어해요.”

     

    죄송해요. 당신을 더 이해하지 못 하겠어요.”

     

    쿡쿡!”

     

    협상가의 말에 웃는 동생은 웃다가 피부가 찢어지는 걸 막기 위해 소리를 죽여 웃더니 기묘한 한숨을 내쉬면서 협상가를 바라봤고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저는 타인이라는 개념이 없는 인간을 보고 싶어요.”

     

    ……?”

     

    사람은 타인을 보게 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게 되요. 타인을 위해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 싶어서 혹은 타인에게 착하게 보이고 싶어서, 어쩌면 나쁘게 보이기 위해서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수많은 이유로 거짓말을 해요. 그리고 그건 전부 타인과 관련되어있고요. 그래서 저는 타인이라는 개념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어요.”

     

    그건 본성을 거스르는 일일 텐데요?”

     

    그게 재미있는 거잖아요? 다들 인간은 이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라고 말하고.”

     

    역시 알 수 없는 말이다.

     

    본성을 거스르는 것에도 정도가 있다.

     

    예로 들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 타인을 구한다거나 원수를 용서한다거나 같은 일이 그 예시.

     

    하지만 만들어지길 그렇게 만들어진 걸 거부한다?

     

    그것은 태어난 것을 저주한다는 말과 다를 게 없어 협상가는 동생을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게임에서 진 걸 떠올리고는 눈을 감은 채 일어났고 동생은 그런 협상가의 뒤를 따라가다 문 앞에서 입을 열었다.

     

    , 마지막으로.”

     

    ?”

     

    전 거짓말을 좋아한답니다.”

     

    키득키득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동생.

     

    쾌락주의자답게 자기를 놀리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거짓말을 싫어하는 동시에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어느 쪽이든 전부 거짓말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 협상가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다음에 자리를 떴고 동생은 그런 협상가의 뒷모습에 휘파람을 부르며 내일 있을 둘만의 게임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

     

    처음에는 단편으로 5000자 정도에서 끊으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8000자나 되버린데다가 장편 추리 소설처럼 되어버렸네요.

     

    물론 저는 장편 추리 소설은커녕 단편 추리 소설도 쓴 적이 없으니 쓰지 않을 겁니다.

     

    아니, 못 쓴다는 게 좀 더 맞겠네요.

     

    애초에 라노벨 작가가 목표니까 아무래도 좋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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