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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은 못 하는 거
    소설들/라노벨은 아닌데 일단 쓴 걸 정리하는 곳! 2020. 2. 16. 15:00

    “Te que amaba. tanto tanto, Ay si~. ay mi reina.”

     

    또 그 노래야?”

     

    좋잖아? 원본은 고양이 소리가 너무 커서 별로였지만.”

     

    그럼 안 부르면 되잖아.”

     

    아하하, 그러긴 싫은 걸. 노래만은 좋은 걸. 자작곡인지 아니면 진짜 있는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병신.”

     

    아하하!”

     

    콧노래를 부르다 킥킥 웃는 우근.

     

    장난기 섞인 욕이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한참을 웃던 우근은 유리의 말에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리다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유리는 그런 우근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면서 과제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유리의 전공은 영어.

     

    스페인에서 살다 온 부모님의 밑에서 자란 덕분에 스페인어는 능숙하게 했지만 영어는 그렇지 못 한 건지 한참을 무슨 단어로 번역할까 고민하던 유리는 벌러덩 눕더니 이내 우근을 바라봤고 한숨을 내쉬었다.

     

    , ?”

     

    아니, 갑자기 네가 쓸모가 없다는 걸 느껴버렸어.”

     

    언제는 안 그랬다고.”

     

    …….”

     

    우근의 말에 입을 다물고 자신이 우근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는 유리.

     

    확실히 자신이 칭찬에 박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유리는 한참을 우근을 바라보다가 어울리지 않게 사과했고 우근은 그런 유리의 행동에 닭살이 돋는다는 듯 팔을 쓸어내렸다.

     

    미안.”

     

    으엑, 뭐라는 거야. 토 쏠리니까 그만해.”

     

    넌 칭찬을 받고 싶은 거냐 주먹을 받고 싶은 거냐. 둘 중 하나만 해라. 씨발놈아.”

     

    푸핫!”

     

    그러자 유리는 사과할 마음도 사라져 곧바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우근이 원하던 반응을 해줬고 우근이 웃음을 터트리자 같이 웃음을 터트리며 우근의 무릎 위에 앉았다.

     

    아까 노래, 계속 불러줘.”

     

    싫다며.”

     

    닥치고 불러.”

     

    킥킥, 알았어. 그럼…… Te que amaba, tanto tanto, Ay si~ ay mi reina, di amaba, te queria, tanto tanto, tanto tanto~.”

     

    짧은 노래를 부르면서 유리를 끌어안는 우근.

     

    연한 갈색에서 노란색 사이의 색을 띠고 있는 유리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우근은 다른 노래를 부를지 말지 물어봤고 유리는 마음대로 하라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우근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고민하다가 반주를 틀고 흥얼거리듯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feel no shame about shape~.”

     

    애니 노래다.”

     

    왜 어때서 그래?”

     

    그냥, 재밌어?”

     

    그럭저럭 재밌다구? 야한 것도 있고.”

     

    정확하게 말해. 야한 거만 보잖아.”

     

    아니, 그건 아닌데.”

     

    노래를 부르자 말자 애니메이션 노래라는 걸 알아차린 유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우근에게 핀잔을 줬지만 우근은 그런 유리의 핀잔에 입술을 빼쭉 내밀다가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리는 산더미처럼 쌓인 과제를 보고 한숨을 깊게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우근은 그런 유리를 보면서 약 올리기 시작했다.

     

    한 번에 몰아서 하니까 그렇지.”

     

    시끄러. 넌 과제 없어?”

     

    다 했지? 딱히 어려운 과제도 아니고 많지도 않았으니까.”

     

    지랄…… 저번에 5장 넘게 쓰더니.”

     

    기사 쓰는 것쯤이야 하루면 충분하지! 것보다 나 맨날 노래 부르고 다녀도 문창과라고.”

     

    왜 문창과가 노래만 무르고 다니는 건데?”

     

    왜 그럴까?”

     

    나한테 물어봐서 어떻게 하게.”

     

    아하하! 것보다 잘 안 되는 거 같으면 놀러가자. 만화 카페 어때?”

     

    …….”

     

    좋아! 결정.”

     

    하아아…….”

     

    우근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과제를 보는 유리.

     

    척 봐도 하루 이틀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유리는 우근의 말에 저도 모르게 동감하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고 우근은 그런 유리의 모습에 웃으면서 옷을 챙겨 입고선 유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

     

    ? ?”

     

    오늘 헬스장 안 갔다.”

     

    게엑. 난 어제 갔으니까 안 가고 싶은데.”

     

    , 나도 오늘은 유산소만 하니까 딱히 헬스장은 안 가도 되는데…… 근처 공원 갈래?”

     

    만화 카페 가자고. 난 인도어파라 햇빛을 쐬면 죽어.”

     

    뱀파이어냐.”

     

    아니. 좀비지. 난 잘 생기지 않았다고.”

     

    등신.”

     

    시끄러. 이 운동 중독녀야.”

     

    아니, 보통 하는 것만큼 할 뿐이라고.”

     

    유리의 말에 투덜거리면서도 착실하게 공원 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유리는 그런 우근의 행동에 킥킥 웃다가 공원에 도착하자 가볍게 조깅하기 시작했다.

     

    자자, 따라와!”

     

    아니, 내가 무슨 개냐.”

     

    개는 귀엽기라도 하지.”

     

    어휴, 주인은 밥이라도 꼬박꼬박 주지 넌 밥도 안 하잖아.”

     

    도시락이 더 맛있어. 아니면 내가 만든 거 먹을래?”

     

    “아무리 내가 막입이라 아무거나 먹는다지만 폐기물 처리는 조금…….”

     

    그럼 닥치고 뛰어.”

     

    …… 씨발년.”

     

    다행히 가까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움직이기 쉬운 옷을 입은 두 사람은 편하게 공원을 달리기 시작했고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바짝 쓰다가 몸을 움직이자 개운해지기 시작했는지 쾌활하게 웃기 시작하는 유리와 햇빛에 죽을상을 쓰면서 유리를 따라가는 우근.

     

    계속 티격태격 잡담을 나누면서 느린 속도로 달리던 두 사람은 이내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을 보고 주제를 바꿨고 처음은 자주 봤던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

     

    저 사람, 거의 맨날 있네.”

     

    , 그러게.”

     

    저 사람 맨날 풍경화 그리지? ……근데 같은 공원만 그리면 재밌으려나?”

     

    자잘한 게 변하니까 그런 걸 즐기는 거 아닐까? 평화로운 일상 속의 자그마한 변화가 마을을 잔잔하게 울리는 좋은 변화라잖아.”

     

    오올~ 문창과답네. 근데 오글거려.”

     

    시끄러. 이 정도 문장은 오글거리는 축에도 안 끼거든. 이 등신아.”

     

    거의 매일 같이 와서 공원의 풍경을 그리는 사람.

     

    그림이 취미가 아니라 이 공원의 풍경을 그리는 게 취미인 것처럼 매일 같이 공원의 풍경만을 그리는 사람을 보던 두 사람은 잠시 멈춰 섰다가 다시 티격태격 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내 자연스럽게 의식의 흐름을 따라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저러는 것도 좋지 않겠어? 너도 맨날 같은 운동을 하지만 매번 다르다면서.”

     

    그것도 그러네.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해가 확 되는 걸?”

     

    역시 운동 중독이지?”

     

    시끄러. 그 편이 이해가 잘 되는 걸 어떻게 해?”

     

    으휴.”

     

    유리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젓는 우근.

     

    인도어파에 운동은 먹은 걸 소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유리와 같은 경험을 가지기 위해서 할 뿐인 우근은 운동을 통해서 설명하자 말자 곧바로 알아듣는 유리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는 척 킥킥 웃었고 유리는 그런 우근의 옆구리를 한 대 때린 다음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저 사람하고 다르게 저 사람은 매번 다른 악기. 저거 다 쓸 수 있는 걸까?”

     

    수박 겉핥기로 이것저것 배우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나도 봐봐, 신문도 쓰고 논설문도 쓰고 소설도 쓰고 시도 쓰고 다 쓰잖아.”

     

    그렇게 하는 게 재밌어? 아니, 재밌으니까 하겠네. 으으음…… 뭐랄까, 나는 그러면 제대로 만족 못 할 거 같은데.”

     

    , 사람마다 즐기는 방법이 다 다르잖아. 너처럼 꿈을 정해놓고 일직선으로 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이것저것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으으…… 그러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거 같아서 말이야.”

     

    내 걱정하는 거야?”

     

    안 하겠냐. 나 졸업하고 나면 너 혼자 학교 다녀야하는데 넌 언제나 대충이잖아.”

     

    아하하, 걱정하지 마. 너 안 부끄럽게 잘 할 테니까.”

     

    ……시끄러. 내 이야기가 왜 나와?”

     

    네 남자친구니까? 일단 가정주부가 목표긴 한데 너 안 부끄럽고 안 힘들게 할 정도로는 사회생활 할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

     

    아야! 왜 때려!? 이번에는 안 놀렸잖아!?”

     

    닥치고 뛰기나 해.”

     

    유리의 행동에 억울하다는 듯 항의하다가 피식 웃으면서 뛰기 시작하는 우근.

     

    두 사람은 이번에는 꽤나 조용하게 뛰기 시작했고 숨이 천천히 차오르기 시작하자 멈춰서고 물을 마시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뛸 때는 보이지 않았던 세세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유리는 알게 모르게 가을이 꽤 많이 지나갔다는 사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가을도 다 지나갔네.”

     

    그러게.”

     

    아아, 하고 싶은 거 많았는데.”

     

    먹고 싶은 게 많았다고? 그렇게 사줬는데.”

     

    너는…… 하아, 아니다. .”

     

    웁스, 미안하네. 농담하고 싶었거든. 솔직히 센티멘탈한 건, 너나 나나 잘 안 어울리잖아.”

     

    감정적으로 변하는 유리의 모습에 농담을 던지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우근은 작게 사과하더니 페트병을 찌그러트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런 너는 너답지 않은 느낌이고.”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나 날 잡아 끌고선 뭐든 해버렸잖아. 덕분에 운동도 하고 기타도 배우고 얼마나 빡셌는데. 알아? 내 청춘의 9할은 전부 네가 어떻게 한 거라고.”

     

    유리에게 투덜거리면서 내민 우근의 손에는, 손가락 끝에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의 흉터가 있었고 그게 기타를 연습하다가 생긴 흉터란 걸 알고 있는 유리는 어색하게 웃다가 시선을 돌렸다.

     

    예전에는 책을 좋아하던 평범한 문학소년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집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저런 일에 끌고 다녀서인지 이런 성격으로 변해버린 우근을 보자 역시 조금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원래의 성격을 되찾게 노력한다고 해서 딱히 변하는 건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유리는 우근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아까와는 다르게 한숨 같은 걸 쉬지 않고 곧바로 하고 싶었던 것을 떠올린 다음 우근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럼 사과의 의미로 밥 사줄게.”

     

    ? 밥 사러 가는 사람의 얼굴이 아닌데?”

     

    아니, 밥은 밥이야. 정말이라고? 근데 우리가 잡아야 해.”

     

    이 미친년이……. 하아, 그래서 뭔데? 뭐 먹을 거 길래 잡아서 먹어야 한다는 거야? 것보다 인도어 가능?”

     

    쌉가능이니까 따라와.”

     

    하아…….”

     

    유리의 행동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 따라가는 우근.

     

    이내 우근은 유리가 데리고 간 곳이 메뚜기 요리 전문점이라는, 장사가 될지, 아니, 식약청의 허락은 어떻게 받았는지 의심되는 곳이라는 걸 깨닫고는 유리를 욕하며 메뚜기를 손으로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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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상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데이트에요.

     

    데이트.

     

    우리에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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